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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음식먹거리

단백질 이야기 (7) 단백질의 분해 위에서 십이지장까지 소화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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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은 단백질을 분해한다.

 

위속에서 일어나는 일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가장 먼저 오랫동안 머무는 곳이 위이다. 음식물은 최초의 관문에서 소장을 통과하기까지 2~3시간 걸린다. 신통한 위는 들어온 것들이 머무르는 동안 강인한 근육으로 하여금 연동운동을 왕성하게 하게 함으로써 위액과 음식물이 섞어서 잘게 부숩니다. 

게다가 위는 스트레스를 잘 받는 민감한 장기이면서 하는 일은 대범해 염산이라는 엄청난 물질을 분비함으로써 안의 내용물을 강한 산성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렇게 음식물은 염산이 포함되어 산성을 띠는 위액과 섞임으로써 죽처럼 걸쭉해 미죽이 됩니다. 조금 더럽게 느껴지는 얘기지만 토한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토하고 나면 시큼한 냄새가 나는것은 염산, 즉 위액의 위산에서 생긴겁니다.

그런데 왜 위속은 산성일까요? 웩웩거린뒤 게운것을 보면 다시 구역질이 나고 그 고약한 냄새 때문에 주위 사람까지도 구토하게 만드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위의 내벽에 존재하는 세포에서는 펩신이라는 효소단백질이 분비됩니다. 펩신은 단백질 분해효소입니다. 실은 이 물질이 제대로 작용해 음식물 속의 단백질을 원활히 분해하려면 위속은 산성을 띄어야 합니다. 게다가 위속은 강한 산성으로 유지함으로써 음식물 속의 단배질을 변성시키는 목적이 있습니다. 

 

펩신의 작용

펩신은 위의 내측에 수없이 뚫린 구멍인 위소와에 있는 주세포에서 펩시노겐상태로 분비되는 단백질 분해효소이다. 펩시노겐은 위에서 분비된 뒤에 활성화되어 펩신으로 변합니다. 그렇다고 첩자처럼 은밀하게 변신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펩시노겐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서 펩신이 됩니다.

 

펩신의 임무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벽 세포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펩신 상태로 분비된다면 위 속 세포는 순식간에 부글부글 끓으면서 소화되고 말것입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자 처음에는 펩시노겐이라는 불활성화 상태로 분비되는 것입니다.

펩시노겐은 위속의 산성인 미죽에 닿자마자 산의 영향을 받아서 자기소화를 실행한 뒤에 자신의 불필요한 부분은 절단해 버리거나 선배로서 작용하던 펩신이 자기의 쓸데없는 부분을 잘라주면 드디어 활성화해 펩신으로 기능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습니다. 펩신도 단백질인데 펩신이 스스로를 분해해 버리지는 않을까요? 예컨데 자체를 분해하지는 않더라도 마치 굶주린 귀뚜라미 무리가 서로를 잡아먹는 것처럼 옆에 있는 펩신끼리 서로를 분해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실은 펩신도 어느정도는 자체 분해를 하는 모양입니다. 다만 보통의 단백질에서는 분자의 내부에 숨어버리려는 소수성 아미노산 부분을 절단할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펩신은 음식물 속의 단백질은 분해하더라도 그런 소수성 아미노산이 분자내의 몰래 숨어있는 펩신 자체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여겨집니다. 

설사 펩신이 자체 작용으로 분해되더라도 펩신은 펩시노겐 형태로 계속 분비되어서 음식물이 위속에 있을때 차차 보충되므로 별 문제는 없습니다.

 

누런색 페인트

펩신으로부터 분해 세례를 받은 음식물 덩어리는 위의 출구에 설치된 육질의 문이 열리면 다음 순서인 소장으로 흘러갑니다. 소장 전체에서 날문 바로 다음 다시 말해 위와 가장 가까운 부분은 십이지장입니다. 손가락 12개정도를 옆으로 붙여놓은 만큼의 길이(약 20cm)라고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미죽이 이 부분을 지나갈때 또 다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십이지장에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췌액과 간에서 분비되어 쓸개에 저장된 담즙이 나오는 구멍이 있습니다. 십이지장을 통과하는 미죽이 갑자기 체액과 담즙이 세차게 뿌려지면서 미죽은 체액과 담즙 투성이로 변합니다. 마치 대형 수형장에 있는 물 미끄럼대에서 기분좋게 미끄러지는 사람에게 느닷없이 옆의 구멍에서 빨간 페인트가 내뿜어지는것과 같습니다.

물론 이 액체들이 빨갛지는 않습니다. 페인트는 단순히 비유하기 위함입니다. 실제로는 담즙이 적잖게 물들여져 있는데 실제 색은 누런색에 가깝습니다. 미죽이 누런색을 띈다는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트립신의 단백질 분해

담즙은 중성이지만 나트륨이온이나 칼륨이온, 칼슘이온등 플러스 전하를 띈 양이온을 풍부히 함유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날문을 빠져나온 미죽은 그야말로 위산 투성이므로 강렬한 산성을 띄고 있습니다.

위처럼 점액으로 된 장벽이 없는 소장은 이대로 가면 위산으로 말미암아 헐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몸은 양이온이 많이 들어있는 담즙을 분비함으로써 미죽을 중화해 그런 사태를 막습니다.

더욱이 췌약에는 단백질 분해효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 펩신이 아니라 트립신, 키모트립신이라는 다른 단백질 분해효소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트립신과 키모트립신도 먼저 트립시노겐과 키모트립시노겐이라는 불활성화형으로 분비됩니다. 트립시노겐은 십이지장의 세포에서 분비되는 엔테로펩티다아제의 작용으로 활성화되어서 트립신이 되며 이것이 췌액에 함유된 키모트립시노겐 등을 활성화해 키모트립신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이 췌액 단백질 분해효소는 중성에 가까운 조건에서만 작용합니다. 그러므로 위 바로 밑에 있는 십이지장에서 미죽의 PH를 되도록 중성이 되도록 조절해 놓아야 합니다.

췌액에는 트립신의 작용을 저해하는 트립신 인히비타(방해인자)도 들어있습니다. 이 물질이 트립신의 기능 발휘를 견재해 지나친 소화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단백질 분해효소의 작용으로 처리된 식품속의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나 디펩티드 등으로 분해되어 이윽고 소장의 흡수상피 세포에 흡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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