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어쩌다 어른이라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보는데 의사가 나와서 다이어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최근에 미국에 개발된 다이어트 약에 대해서 얘기하고 다이어트 종류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과 효과가 낮은 것에 대해서 얘기했고 효과가 낮은 다이어트방법 중에 하나가 저탄고지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저탄고지 탄수화물은 극단적으로 줄이고 지방을 높이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몇년전에 크게 화제가 되었고 일명 키토식으로 불리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방식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인기가 많이 떨어진 거 같다. 탄수화물 이야기 7번째 저탄고지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정말 살이 빠질까>
일반인을 위한 식생활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3대 영양소를 적절히 배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이드라인은 앞서 본 대로 WHO/FAO는 탄수화물 55~75%, 단백질 10~15%, 지방 15~30% 선으로 권장했다. 문화권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의 비율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전체적인 경향은 비슷하다. 이는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충분히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하자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밥을 주식으로 잘 살고 있는 한국인을 기준으로 봤을 때 별 논란이 없어 보이지만 저탄고지 다이어트법이 등장하면서 탄수화물은 다이어트의 주적이 되고 있다. 저탄고지는 현재 나와있는 가이드라인은 물론 우리의 경험과 지식과 맞지 않는 내용이다. 탄수화물과 채식위주인 한국인과 일본인이 미국보다 평균수명이 길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독특한 주장이 나온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전통적인 식사 패턴에 반대되는 이런 독특한 식이가 유행한 나라는 비만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이다. 비만은 미국에서 국제적인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온갖 식이요법이 의사는 물론 일반인에 의해서 고안되었는데 대부분 효과가 없다는 것이 미국의 비만 유병률이 자꾸 올라가는 것만 봐도 쉽게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고지방, 고열량 식품이 넘치는 미국이 아닌가
하지만 그런데도 여러 시도가 계속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비만 환자들에게 어떤 다이어트 식단을 처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이가 좋다고 했지만 실제로 효과가 의문시되었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어찌 보면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이다. 아예 포만감을 길게 유지시키는 지방을 많이 섭취해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도 많이 발표되었다
2003년 의학분야에서 최고권위를 지닌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비만에 대한 무작위실험이 보고되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고단백질 식이(일명 엣킨스 다이어트)를 진행한 결과 실험 대상자들은 3개월 6개월에는 전통적인 식이보다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으나 1년이 지나자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런 제한적인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마치 이것이 가장 좋은 식이요법인 것처럼 주장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일치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대게 1년 이내의 단기간 연구로 장기간에 걸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알기 어렵다
2년 정도의 장기연구로는 2009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된 다른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811명의 과체중성인을 네 그룹으로 나눠 각기 고지방/저탄수화물로 식이 비중을 달리했다.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은 실험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인위적인 식이를 2년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식사든 체중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양의 35~65%, 지방 양을 20~40%로 바꿔가면서 테스트했지만 의미 있는 차이는 발견할 수 없었다. 즉 비율이 아니라 총열량이 체중감량에 영향을 미쳤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대한 비만학회에서 내놓은 2012년 비만치료 지침에서는 "당질과 지방의 비율보다는 주요 열량 공급원인 이들 영양소의 총섭취를 조절하여 열량 섭취를 줄이는데 일차적으로 관심으로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참고로 비만학회에서 내놓은 저열량식 권장비율은 탄수화물 50~60%, 지방 20~25%로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고지방 저탄수화물 일명 저탄고지식은 건강한 일반인에서 유리하다는 증거는 없으며 비만환자가 장기간 체중 감량 및 유지에 유리하다는 증거 역시 매우 불충분하다.
조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먹는지가 체중조절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저탄고지의 위험성>
서구권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저탄고지 식이의 위험성을 밝혀낸 것들이 많다. 이들 국가에서 주로 고지방, 고열량 식이를 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역학 연구들이 저탄고지 식이가 높은 사망률과 연관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1) 그리스 연구결과
에픽 연구의 일부분으로 그리스에서 1993년 ~ 2003년 사이에 22,934명의 성인을 추적한 연구 결과 총 455건의 사망이 관찰되었는데 이들을 분석한 결과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를 할수록 사망률이 높았다. 저탄고지식은 전체 사망률은 물론 심혈관, 암 사망률 증가 모두와 연관이 있었다.
2) 스웨덴 연구결과
스웨덴의 여성 생활습관 및 건강 코호트 연구에서는 30~49세 사이 여성 42,237명을 12년간 추적 관찰해 식이 습관과 사망률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탄수화물 섭취량과 단백질 섭취량을 10등급을 나눠 탄수화물 섭취량이 낮을수록 단백질 섭취량이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했는데 1등급씩 증가할수록 전체 사망률이 2~6%, 심혈관 사망률이 13~16% 증가하는 소견을 보였다.
3) 미국 연구결과
미국에서 진행된 간호사 건강연구 및 의료 전문가 추적연구 연구에서는 85,168명의 여성 및 44,548명의 남성에서 발생한 12,555건의 사망 케이스를 분석해 저탄수화물 식이가 전체 사망률을 12% 정도 높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상의 연구에서는 저탄수화물 식이가 최소한 건강하지 않은 건 물론이고 사실 위험할 수 있다고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삼아도 안전하다는 것을 시시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에게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탄수화물 섭취를 권장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현재 가이드라인에게 권장하는 수준(55~65%)이 적절함을 시사한다.
'세상사는 이야기 > 음식먹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로 음료의 시대 인공감미료는 안전할까? (0) | 2023.08.20 |
---|---|
탄수화물 이야기 7 잡곡밥과 올리고당은 건강한 음식인가 (2) | 2023.08.19 |
탄수화물 이야기 6 탄수화물은 많이 먹으면 위험한가 (1) | 2023.08.19 |
탄수화물 이야기 5 질병을 부른 첨가당 (0) | 2023.08.19 |
탄수화물 이야기 4 가당음료는 비만과 당뇨의 주범일까 (0) | 2023.08.18 |